©Bottega Veneta 2021년 보테가 베네타의 소셜 미디어 계정 폐쇄 소식은 역설적으로 그 이름이 소셜 미디어상에서 더욱 크게 회자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소셜 미디어가 패션 업계의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 잡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 실물을 직접 접하기 전 작은 스크린 속 이미지로 패션을 소비하기에,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는 패션을 상상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우리가 가상 공간이라고 여기는 곳에서 유영하는 이미지들이 우리의 실제 소비 경험과 가치 판단을 좌우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패션 업계는 이처럼 소셜 미디어가 변화시킨 우리의 소비 경험에 대해 꾸준히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Vogue / Annie Leibovitz “오늘날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크린의 영향력, 즉 패션이 어떻게 ‘평평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제가 여성들에게 피팅을 할 때,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드레스를 보거나 느끼거나 입어보기도 전에 드레스가 어떻게 찍히는지 보기 위해 사진을 찍습니다!”1 알베르 엘바즈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현대 패션 산업에서 디자인과 옷이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 소셜 미디어의 시대 속 패션의 자본적 성패는 더 이상 옷의 촉감이나 소재의 품질, 착용 경험에 달려있지 않다. 패션 비즈니스를 좌우하는 요인은 이미지의 감도, 조회수, ‘좋아요’ 수 등 디지털 지표들이다. 옷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알베르 엘바즈의 지적처럼 화면 속 모습이 되었으며, 상품의 가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소셜 미디어의 게시물들은 실제와 디지털 세계 간 구분을 흐릿하게 만들어 패션 소비의 본질을 재정의했다. ©Diesel / Francesco Nazardo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초래한다. 이제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접하는 옷과 신체가 보정과 필터를 거친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것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뿐만 아니라 15초 안에 트렌드를 알려주고 30초 이내에 상품성을 판단하며 1분 이내에 컬렉션을 평가하는 소셜 미디어의 콘텐츠들은 정보 자체의 신뢰도와 자신의 의존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패션 업계의 디지털화를 더욱 가속해 온 소셜미디어가 역설적으로 동시에 소비자들이 스크린 속 이미지들을 경계하고 옷의 실체, 진정한 옷이 무엇인지 질문하도록 만든 셈이다. ©Balenciaga 하지만 더 이상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일어난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상품의 이미지와 실재의 이분법적 대립으로 설명될 수 없다. 디지털 영역에 ‘원본’이 존재하고, 이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며 현실을 규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발렌시아가와 심슨 가족의 협업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패션의 이미지는 더 이상 현실 속 원본의 단순한 복제품이 아니다. 이제 디지털 이미지는 원본이 될 수 있고, 현실의 컬렉션은 오히려 이 디지털 원본의 상품화 및 물신화의 산물로 작동한다. 이처럼 새롭게 전개되는 소비 양상에서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이미지들을 단순히 기만으로 치부하고 경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실제 옷을 생산하지 않고도 패션을 소비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패션은 기존 패션 산업과 소비 행태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Getty Images / Jared C. Tilton 물론 스크린만으로 패션을 경험하고 옷의 물리적 경험이 소외되어 가는 현상에 대한 경계와 우려는 자연스럽고, 또 필요하다. 최근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셜 미디어 계정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이 플로리다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상·하원을 통과했던 일처럼, 훗날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디지털 세계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오늘날을 경악스럽게 바라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가정이 정말 현실이 되어 패션 업계에서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 지금보다 축소되고 우리가 ‘옷의 본질’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양상이 패션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리라 단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Plato's allegory of the cave by Jan Saenredam, according to Cornelis van Haarlem, 1604, Albertina, Vienna 소셜 미디어로 인한 패션의 디지털화를 보며 사람들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떠올렸지만, 사실 소셜 미디어의 도래 이전부터 이미 패션은 점점 이미지의 소비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스크린 속 이미지를 동굴에서 바라보는 그림자로 간주하는 태도가 과거의 답습 외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미 옷이 부재한 패션 경험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옷의 가치가 상실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아니라 오히려 이 ‘이미지로의 전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패션이 언제나 시대의 거울이라면,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세계가 지배하는 양상 또한 패션은 비추고 있을 터이다. 디지털 패션이 과연 패션의 본질에 대한 그림자에 불과한지, 아니면 과거의 답습이라는 패션의 본성에서 벗어나도록 할 가능성인지 재고해 볼 시점이다. 1 AFP-Relaxnews, "Alber Elbaz : les réseaux sociaux ont "aplati la mode”, Fashion Network , 2015. 9. 9. Available at here BY MUYO PARKJULY 31, 2024 >READ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READ OTHER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