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앤더슨, 왜 할리우드 에이전시를 택했나

©Getty Images “우리는 그가 이미 거둔 놀라운 성공을 바탕으로 모든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창의적 역량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합니다."¹ 할리우드의 탤런트 에이전시 UTA의 이사진 겸 파트너 블레어 코한은 조나단 앤더슨의 합류를 환영하며 이와 같이 언급했다. 코한의 발언은 현대 패션 산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단순히 뛰어난 디자이너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진화하도록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날 주목받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디자인 역량 발휘뿐만 아니라 개인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과 문화 영역을 넘나들며 대중적 인지도를 구축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실상 공인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제품 자체의 이야기만큼이나 그것을 창조한 디자이너 개인의 철학과 삶에 직접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진정성에 대한 욕구가 있다. 결과적으로 패션 하우스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발탁할 때 디자인 능력뿐만 아니라 강력한 개인 브랜딩 능력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일 수 있는, 문화적 파급력을 지닌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Vogue 이제 패션 브랜드의 디렉터는 스스로를 브랜드와 동일시하며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앰배서더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는 이러한 ‘셀러브리티 디자이너’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개인의 일상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브랜드 ‘자크뮈스’가 지향하는 남부 유럽의 여유롭고 관능적인 라이프스타일 미학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켜 전시한다.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완벽하게 동기화된, 마치 브랜드가 인간화된 듯한 모습을 통해 구축된 브랜드의 진정성은 자크뮈스를 오늘날 가장 성공적인 디자이너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쇼가 끝날 때 잠깐 얼굴을 비추는 정도로 머물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영감, 작업 과정, 나아가 사적인 삶과 가치관까지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스스로 브랜드의 얼굴, 페르소나가 되어야 한다. ©Cordan Press 과거에도 유명한 디자이너들은 있었지만, 그들은 대체로 엄선된 미디어 인터뷰나 화보를 통해 자신의 비범함, 이른바 ‘천재성’을 내세우며 대중과 의도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통제된 방식을 택했다. 마르탱 마르지엘라처럼 철저히 익명성을 추구하며 자신을 숨겼던 극단적인 경우부터 에디 슬리먼처럼 디자이너 스스로 브랜드의 화신처럼 여겨지던 사례까지, 그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신비로운 이미지를 추구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은 신비주의 대신 적극적인 자기 노출과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고 접근할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 이들은 사적인 영역까지 마치 계획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공개하고 연출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자기 고백적 서사를 구축, 대중과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셀럽은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와 비슷해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숭배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야 한다. 우리의 가시권 안에 있어야 하나 눈을 가늘게 뜨고 봐야만 제대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는 유지해야 한다."² Instagram @themarcjacobs 마크 제이콥스는 2021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안면 거상술 시술 과정과 회복기를 상세히 공개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보그와의 인터뷰³에서 그는 과거 모발 이식과 이번 시술 과정을 상기하며 “투명성을 위한 의도적 노력이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이며 관심 있는 이들과 공유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인터뷰의 끝에서 “허영심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스스로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수록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허영심을 긍정적인 자기 관리로 재해석한 그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개인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인간적인 매력을 호소, 대중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효과적인 사례로 남았다. 화려한 패션 세계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 보여주는 평범하고 진솔한 모습은 마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내는 계산된 진정성처럼 대중으로 하여금 동질감과 선망이라는 이중적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유명 디자이너들은 소셜 미디어의 개인 계정을 넘어 인터뷰와 같은 공식적인 채널에서도 자신의 취약점이나 뒷이야기 등 이면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친근함과 비범함 사이의 외줄타기를 감행한다. 가령 조나단 앤더슨은 쇼스튜디오와의 인터뷰⁴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사람들은 제가 화려한 삶을 살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하루에 담배를 40개비씩 피우고 초콜릿 바 하나로 식사를 때우며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20시간씩 일합니다. 저의 매월 말 가장 큰 책임은 직원들의 급여를 제때 지급하는 것입니다.” ©Getty Images 조나단 앤더슨은 자신을 향한 대중들의 기대와 환상 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모습과 거리가 먼, 고된 노동과 사업가적 책임감을 강조한다. 여기서 그는 성공의 밑거름이 타고난 재능이나 특별한 자질보다 치열한 노력에 있음을 역설한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과 “일과 결혼했다”라는 고백처럼 패션에 대한 헌신을 동시에 드러낸다. 존 갈리아노 역시 메종 마르지엘라 복귀 이후 브랜드 공식 팟캐스트⁵를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진정성 있는 셀러브리티 디자이너’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팟캐스트를 통해 컬렉션의 영감, 디자인 구상 과정, 기술적 난관 등 자신의 창의적 여정을 가감 없이, 또 친밀한 어조로 직접 설명한다. 이는 청취자가 마치 내부자처럼 패션 하우스의 뒷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듯한 인상을 얻어 친밀감과 신뢰도를 얻는 한편 모든 것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의 전문성과 창의성에 대한 경외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Rick Owens on Fashion Neurosis with Bella Freud 하지만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진솔한 고백이나 창작 과정 공개는 그 의도나 진위와 관계없이 패션의 소비주의와 만나는 순간 브랜드의 페르소나로서 산업 내에 구축된 하나의 상품이 된다. 즉 셀러브리티형 디자이너의 등장은 디자이너가 구축하고 보여주는 페르소나 자체가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관리됨을 의미한다. 이는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 디자인 전문성이나 기술적 엄밀함을 넘어 공적 자아 관리와 대중 소통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그 중심축마저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환은 패션 소비의 핵심 동인이 제품 가치에서 팬덤 활동의 일환으로 왜곡될 우려를 낳는다. 특히 경계해야 할 이유는 패션 소비가 셀러브리티 디자이너를 소비하는 행위로 변모하고, 디자이너의 제품은 자신이 동경하고 추종하는 페르소나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위한 부가적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상품이 곧 소비자 자신의 자아나 스타일에 대한 즉각적인 해답처럼 여겨질 수 있다. 결국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페르소나를 자산으로 내세우는 전략이 만연해져 ‘유명한 것으로 유명해져야 하는’ 구조에 갇힐수록 패션이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수단이라는 정의는 점차 퇴색되어 과거의 정의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¹ Jazz Tangcay (2024.12.03) UTA Signs Fashion and Costume Designer Jonathan Anderson, Variety, Available at here² 에밀리 부틀 (2024)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이진 옮김. (주)도서출판 푸른숲.³ Lauren Valenti (2021.07.31) “#LiveLoveLift”: Marc Jacobs Tells Vogue Why He Decided To Instagram His Facelift Recovery, British VOGUE, Available at here⁴ SHOW Studio (2012.08.14) “In Fashion: JW Anderson” , Available at here⁵ Maison Margiela “THE MEMORY OF… With John Galliano.”, Available at here BY MUYO PARKJULY 7, 2025 >READ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READ OTHER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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